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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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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고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가 중단되고, 투표를 하지 못한 국민들이 다수 발생하고 야 말았다.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졌던 송파구 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했었다.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한 투표소가 140곳이었고 전국 91곳에서 용지가 모자랐으며, 그로 인해 26곳에서 투표가 멈췄다. 투표용지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야 만 것이다. 이 사태는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초유의 사태로 이번 기회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규명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해야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투표할 때와 개표할 때는 방송사 카메라도 있고, 각 당에서 참관인들이 철저히 감시를 하고 있어 불법을 자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종 투표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할 때는 감시하는 참관인이 없어 선관위 직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아무런 검증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당선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경기도교육감과 전북도교육감 선거에서 잘못 입력된 개표 결과가 그대로 발표되기도 했다. 분명 국정조사를 하고 나면 더 많은 곳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견될 확률이 무지 높다. 이번 사태로 부실한 검증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즉, 한국의 선거시스템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인 것이 분명하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다른 해에도 같은 문제가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KBS가 지난 2010년부터 16년간 지방선거 투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었다. 선거 당일 유권자는 단체장과 교육감 투표용지를 한 번에 받아 투표를 하게 되어 있어, 단체장과 교육감 투표수가 똑같게 나와야 하는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구로구 개봉제2동에서는 교육감 투표수는 9,887표인데, 시장 투표수는 10,384표로 497표나 차이가 났다. 이처럼 4번의 선거동안 전국 읍면동에서 100표가 넘는 표 차이가 난 곳만 모두 7군데였다고 한다. 이처럼 투.개표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투표 결과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불법을 자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입력 실수라고 항변하겠지만.
이런 사태는 선거뿐 만 아니라 권력과 돈이 관련된 곳에서는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일하고 있는 컨택센터산업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한다. 공공기관이 컨택센터를 운영해줄 아웃소싱 기업을 선정할 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한다. 그런데 기관들이 심사위원들을 사전에 위촉했더니 약삭빠른 입찰기업이 기관으로부터 심사위원 명단을 받아 사전 로비를 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정한 기관들은 사전에 심사위원 수의 몇 배를 선정해놓고 심사 당일 아침에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있어 누가 심사위원이 될 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로비가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심사 당일 심사가 끝나면 심사위원마다 본인이 심사한 기준표에 점수를 집계한 후 사인을 해서 담담자에게 넘긴다. 그러면 담당자는 모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집계한 후 최종적으로 모든 심사위원들의 사인을 한번 더 받게 된다. 모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니 조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은 어떤 기관의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나 포함 5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했는데 심사가 조금 지연되어 끝나는 시점이 점심시간과 겹치게 되었다. 기관 담당자가 식당 예약 시간이 넘었으니 나머지는 본인들이 집계할 테니 점심식사 하러 가시라고 권했다. 그래도 최종 집계표를 확인하고 사인을 했어야 했는데 별문제 없겠지 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다른 공공기관 심사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위원장님 이렇게 물어보면 안되는데 혹시 어떤 기업에 더 높은 점수를 주셨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왜 그러냐 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 날 A기업이 월등해서 그 기업에게 최고 점수를 줬는데 다른 기업이 선정되었다며,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A기업에 더 놓은 점수를 주었다”고 했더니 그는 다른 심사위원들에게도 확인했는데 5명중 네 분이 A기업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이 되었는데 B기업이 선정된 것은 입찰을 주관했던 실무자가 장난을 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경우에도 실무자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분명 투표에서도 사전투표를 포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철저히 밝혀 국민의 한 표가 당당하게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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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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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인간지능] 내일 아침 신문에 우리 상담이 보도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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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저널 2026년 7월호]
[지윤정의 인간지능]
내일 아침 신문에 우리 상담이 보도된다면?
윤리경영학에는 'Newspaper Test'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지금 하려는 행동이 내일 아침 신문에 보도되더라도 당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AI 시대의 컨택센터로 가져와본다. 만약 우리 센터의 상담 내용이 내일 신문에 그대로 보도된다면 어떨까? 단순 정보 확인은 이제 고객 스스로 앱에서 해결한다. AI가 더 빠르고 정확한 시대에 고객이 굳이 상담사를 찾는 이유는 기계가 해결하지 못하는 진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때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은 고객의 재구매율은 2배 이상 치솟지만, 기계만도 못한 형식적 대우를 받은 고객은 그 나쁜 기억을 10배이상 주위에 쏟아낸다. 이제 컨택센터는 콜을 쳐내는 방어전이 아니라, 세상에 소문 낼 만한 감동의 서사를 쓰는 '고객경험 창조센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3가지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첫째, 숨은 결을 읽어내는 '감정 탐지력'이다.
한 가전 렌탈센터 상담사는 정수기 해지를 문의하는 고객에게서 깊은 한숨소리를 포착했다. “혹시 걱정되시는 일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다정한 참견에 고객은 최근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살게 되어 집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상담사는 본사 승인을 받아 위약금을 유예하고 위로의 손편지를 보냈다. 감동한 자녀가 SNS에 올린 사연은 순식간에 퍼졌고, 브랜드는 삶의 아픔을 함께하는 인격체로 격상되었다. 이 일은 상담사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다. 위약금 유예가 가능한 재량권, 이런 인간적인 판단을 해도 된다는 조직이 주는 안전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둘째, 고객 상황을 상상하는 '재구성력'이다.
한 금융센터에 배우자의 긴급 수술비를 송금해야 하는데 비밀번호 오류로 계좌가 잠기기 직전인 어르신이 전화를 걸어왔다. 규정대로라면 영업점 방문을 안내해야 했지만, 상담사는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의 처지를 헤아려 '잃어버린 기억을 함께 찾는 과정'으로 상황을 재구성했다. 어르신을 안심시킨 뒤, 소중한 기념일이나 예전 집 전화번호와 관련이 있진 않은지 기억의 실타래를 끈기 있게 풀어나갔다. 어르신은 극적으로 비밀번호를 기억해 냈고, 무사히 송금을 마쳤다. 얼마 후 아들로부터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언제나 Happy Ending으로 끝나지는 않을 수 있다. 결국 고객이 기억을 못해내고 상담만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공 여부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사려 깊게 정성을 기울여준 상담사의 행동 자체가 잊을 수 없는 감동사연인 거다.
셋째, 매뉴얼의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다.
한 쇼핑몰 상담사는 품절된 구두를 간절히 찾는 고객을 마주했다. 일반적으로는 정중한 거절로 마무리되지만, 이 상담사는 경쟁사 사이트 3곳을 직접 검색해 재고가 남아 있는 타사의 구매 링크를 찾아 문자로 보내주었다. 당장의 회사 이익보다 고객의 절박함을 먼저 해결하려는 이타적 선택에 감동한 고객은 후기를 남겼고, 이는 수만 명에게 따뜻한 울림을 주며 퍼져나갔다.
이제 AI도 위로의 언어를 생성하고 개인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AI의 공감은 계산의 영역일 뿐 인간의 공 감과 공명이 다르다. 인간의 감수성은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스스로 규칙을 깨는 자율적 판단으로부터 나오고 리스크를 짊어지 는 위험 감수로부터 구현된다. 물론 이 일은 상담사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안된다. 즉각 집행 가능한 재량권도 없고 후선에서 지원해줄 에스컬레이션 채널도 없다면 상담사를 무기 없이 전선에 내모는 것과 같다. 영웅적인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사 후 경위서를 쓰게 만드는 통제의 문화를 사후 표창을 체계화하는 격려의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컨택센터는 오상담을 줄이고 VOC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수세적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AI시대에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이제 컨택센터는 형식적인 매뉴얼 뒤에 숨는 곳이 아니라, 우리 센터의 사연이 내일 아침 신문에 나게 만들고, 고객이 감동하여 기꺼이 기삿거리를 제보 하게 만드는 '고객경험(CX) 창조센터'라는 새로운 고지를 향해야 한다.
< 글 >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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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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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큰 짐 내려놓고 안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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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는 소식에 세계의 많은 이들이 슬픔에 빠졌다. 참어른의 존재가 꼭 필요한 때에 그분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2013년 3월 13일,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었던 그는 전임 교황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해왔던 바오로, 요한 혹은 베네딕토 등의 교황명을 사용하지 않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최초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하며, 가난한 자들의 수호성인인 아시시의 聖 프란치스코를 본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故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려한 바티칸 내 교황 전용 숙소를 마다하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했으며, 교황의 상징인 금 십자가 대신 낡은 십자가를 착용하셨었다. 또한 추기경들과 함께 이동할 때는 전용車 대신 버스를 이용 했으며, 어디에서나 가난하고 소탈한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 이렇듯 ‘빈자들의 성자’로 불리며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재산은 100달러(14만원)가 전부였다. 그는 교황 즉위 후 예수회 출신 성직자로서 평생 청빈한 삶을 이어가겠다며 무보수로 봉사해 왔었다. 유언장에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묻어달라고 하셨으며, 비문에는 오직 이름 ‘Franciscus’만 남기길 당부하셨다.
“하느님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고 역설한 교황은 교회 개혁을 주도하셨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고난 받는 이들을 포용하셨고, 불평등과 부정부패는 날카롭게 비판하며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셨다. 또한 성직자의 성폭력 등 교회의 과거사 사과와 청산도 외면하지 않으셨다. 교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온 그는 선종 전날, 부활절 기념 미사를 통해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셨다. 조문 기간 내내 교황의 관을 열어 두어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을 볼 수 있도록 하셨으며, 관은 높은 제단이 아닌 바닥에 놓아 조문객 눈높이보다 아래에 몸을 누이셨다.
故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의 인연은 각별했다. 교황은 취임 다음해인 2014년 아시아 순회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하셨다. 천주교도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평신도들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천주교가 전파된 유일한 나라였기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교황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고자 최소 수십만 명이 바티칸과 로마에 머물렀다. 교황청에 따르면 미사에 25만 명 이상이 참석했고, 사흘 간의 일반 조문에도 약 25만 명의 인파가 참석했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로 검소하며 소탈한 삶을 실천했던 故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의 애도 속에서 영면에 드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열렸는데, 이틀째 되는 날 시스티나 성당은 ‘흰 연기’를 뿜으면서 제267대 교황의 탄생을 알렸다. 주인공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다.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하는데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선출 확정 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이라고 첫 발언을 했다. 끝나지 않는 전쟁과 전염병, 자연재해, 양분된 사회 등 수많은 과제가 쌓여 있는 우리 사회에 영적 생명을 불어넣어줄 교황의 첫 메시지는 平和였다.
레오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원 총장 시절 4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2년 후에 한국을 또 찾을 예정이다. 레오 14세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가진 첫 부활 삼종기도에서 “오늘날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이 조각조각 벌어지는 극적인 시나리오를 겪고 있는데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그의 기도처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쟁도 멈추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더 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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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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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생성형 AI가 컨택센터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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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상에서 한국의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지만 그것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전까지는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와 화학자들이 받아왔던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AI 관련 연구자들이 수상했다는 것입니다. 2006년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겨 세상을 놀라게 했던 Alpha GO를 만든 Google Deep mind사 CEO인 Demis Hassabis가 단백질 구조 생성 인공지능인 AlphaFold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고, ‘AI의 아버지’ Geoffrey Hinton교수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Machine Learning의 근간이 되는 발견과 발명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이제는 AI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컨택센터도 이제는 AI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초기에는 챗봇에 AI를 접목해 시나리오기반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기술의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도입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다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AI가 세계 최고의 인간들을 이기면서 기술이 발달해 온 과정을 훑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7년 IBM의 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물리쳤고,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Watson이 미국의 인기 퀴즈 쇼 ‘제퍼디’에서 우승을 하자 사람들은 놀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2006년에는 Alpha GO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기자 이제 AI가 이기지 못할 영역은 없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대략 10의 171제곱으로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치부했었거든요. 최후의 보루였던 바둑에서 인간이 AI에 패하자 대한민국 국민을 포함한 모두가 커다란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그 후에도 다양한 인공지능들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는 했지만 무언가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자 사람들은 한마디씩 합니다. “그럼 그렇지, 지깟 놈들이 뛰어봐야 벼룩이지. 어떻게 인간을 이길 수 있겠어.” 실제로 2016년 이세돌 9단과 격돌했던 Alpha GO는 단순한 AI가 아니라 난공불락이라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기 위해 칼을 갈고 만든 100억원이 넘는 슈퍼 컴퓨터(CPU 1202개+ GPU 176개)였습니다. 인간 1명과 당시 최고의 AI 모두와의 경기였던 거죠.
그러다 2022년 11월30일 세상은 또 한번 AI의 놀라운 역량에 놀라게 됩니다. 바로 생성형AI라는 Chat GPT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트랜스포머를 장착한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 속도입니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11월에 Chat GPT(GPT3.5)가 출시되었는데 2년도 되지 않은 2024년 5월에는 Multimodal 기능을 포함하여 이미지와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GPT4o(omni)가 공개되었고, 지난 12월에는 고급 추론 능력을 탑재한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인 ‘o3’를 공개했는데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일반지능(AGI)에 근접한 AI라고 합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실제로 2024년까지는 인간의 주입식 교육에 의해 작동하는 AI로 AICC(AI Contact Center)를 만들었다면 2025년에는 Chat GPT와 같은 자율학습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생성형 AI로 AICC를 활용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생성형 AI로 만든 AICC가 컨택센터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2024년에는 Cloud와 On-promise를 함께 사용되는 Hybrid 환경이었다면 2025년에는 다국적기업을 포함한 국내 IT기업들도 모두 생성형 AI 로 구축한 AICC를 CCaaS(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서비스를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런 기술의 대세에 순응하고 사업에 빨리 접목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靑蛇)의 해’입니다. 뱀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므로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므로 새해에는 지난해에 겪었던 안 좋았던 허물들을 모두 벗어내고 새롭게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뱀의 상징처럼 지혜롭고, 뱀의 성질처럼 유연하게 2025년 을사년 새해를 자신의 해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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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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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pecial Column] (12) 컨택센터 Follow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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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저널 2024년 12월호]
[2024 Special Column] Chat GPT시대 휴먼 상담의 방향
(12) 컨택센터 Followership
Chat GPT시대 컨택센터 Human상담사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대부분 처리하다 보니 컨택센터 휴먼 상담사는 특이 건이나 복잡한 문제를 처리한다. 규정도 아직 마련되지 않고 매뉴얼에도 없는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 일이 바로 휴먼상담사의 몫이다. 또 여러 부서의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재확인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도 휴먼상담사가 처리한다. 이렇게 컨택센터 업무 패턴이 변화한 만큼 중간관리자의 역할 또한 바뀌었다. 예전에는 상담사의 근태와 업무실적을 관리하는 일이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전산에서 Dash Board로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관리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상담사 스스로 자신의 실적을 관리한다.
이제 관리자는 상담사 관리보다 상담 지원업무가 더 많아졌다. 수직적 관리자가 아니라 수평적 조력자의 역할이다. 상담사가 전결하지 못하는 상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련 부서와 협의하는 일, 실시간 상담 데이터를 관찰하고 특이 건을 분석하여 상사에게 보고하는 일,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해결안을 담아 상담 가이드를 설정하는 일, 고객에게 편리하고 상담사가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는 일, 이런 일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달라진 역할에 맞추어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상담사를 관리하는 리더십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상사를 보좌하는 followership이 중요해지고 있다.
Followership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사가 원하는 방향을 알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직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회사와 상사의 목표를 이해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장에서 실현가능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태도를 말한다. 특히 컨택센터 중간리더는 조직내의 상사인 센터장 뿐만 아니라 원청사나 타부서의 파트너에게도 followership 을 발휘해야 한다.
영입하고 싶은 follower는 중도를 잘 지킨다. 수동적으로 지시를 따르기만 해도 안되고,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만 해도 안된다. 사소한 것까지 다 보고하고 처분을 기다리기만 해도 안되지만 상사를 배제하고 팀의 권력을 혼자 쥐려 해도 안된다. 상사와 너무 친해져서 본래의 역할을 흐려서도 안되지만 너무 거리감을 둔 채 업무상대 그 이상을 만들지 못하는 것도 불리하다. 그 중간의 즈음에서 균형을 잡고 상황을 읽어야 한다. 정치를 하라는 게 아니라 공기를 읽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포용적인데 상사에게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경우가 있다. 반면 상사를 너무 어려워해서 상사 앞에만 서면 긴장하며 피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근무한지 5년이 넘었건만 예의상 하는 말로 겉돌기만 할 뿐 정작 허심탄회한 문제 제기나 의견 개진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관계라는 것이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맥락이 함께 작동하는 일이긴 하지만 중간리더로서 상사와 합을 맞출 줄 아는 것은 큰 경쟁력이다.
지혜로운 follower는 이쪽과 저쪽을 부드럽게 연결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을 서로가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해준다. 상담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전산이 너무 복잡해요, 시스템이 너무 불편해요”라고 항의할지라도 분별력 있는 follower는 상사에게 그대로 보고하지 않는다. “후속업무 처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 필요합니다. 현재 입력오류가 *%이고 이것을 줄이려면 이런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조치는 데이터를 현실적으 로 분류하기 위함입니다.”라고 상사가 듣고 싶은 언어로 바꾸어서 건의하고 요청한다.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뉴턴이 말했다. 상사의 어깨위에 올라타야 한다. 상사는 시시콜콜 묻지 말고 알아서들 해주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싶어한다. 실무를 몰라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며 제쳐두지 말고 상사의 면을 세워주며 상사의 힘을 잘 사용하자. 상사는 내가 아는 걸 모르기도 하지만 내가 모르는 걸 알기도 하는 사람이다. 상사의 인식과 권한을 잘 사용해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예전에는 구성원들에게 발휘하는 하향식 영향력이 중요했으나 이제는 상사의 지원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상향식 영향력을 개발해야 할 때다.
가장 큰 복지는 동료라는 말이 있다. 자연친화적 카페테리아로 멋진 휴게 공간을 꾸미고 최첨단 안마의자와 공기 청정기가 있어도 불편한 상사가 주는 고통을 치유할 수 없다. 사람이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사에게 영입하고 싶은 follower로 인식되기 위해 내게 무엇이 빠져있는지 살펴보자. 내가 중시하지 않는 관계에서 중요하게 대접받기는 어렵다. 가는 만큼 온다. 내가 정성을 들이고 세심할 때 상대도 나에게 그렇게 된다.
< 글 >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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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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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가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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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이 다 되었으니 가을이 와도 벌써 왔어야 하는데 아직도 낮에는 더우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은 어디 있는 걸까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를 않네요. 어디 가을을 본 사람 없나요? 가을을 본 사람이 계시면 연락 주세요. 후하게 사례하겠습니다.
이처럼 가을이 조금 늦게 오는 일로 투정을 부리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기후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 여름 베트남, 미얀마, 중국, 필리핀, 일본 등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특히 11호 태풍 ‘야기’로 인한 사망자수는 베트남은 250명이 넘었고, 미얀마도 4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미국도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헐린’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수해의 참상을 전했던 강아지를 안고 울던 어린 소녀의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로 밝혀져 물의를 빗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날씨는 제 정신이 아닌 듯 합니다. 술 취한 것인지 아님 마약에 취한 것인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으로 많은 나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그것에 비해보면 우리나라는 행복한 편입니다. 그래도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으로 기록이 될 정도로 더워도 너무 더웠어요. 이는 전문용어로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전역에 이중 열돔(지상 10km이내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됨으로써 반구 모양의 열 막이 형성되어 뜨거운 공기를 그 자리에 가둬 놓는 기상 현상)을 만들어 높은 습도와 푹푹 찌는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된 결과였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글쎄 후덥지근하기로 유명한 동남아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이 하는 말이 한국의 여름이 그들 나라보다 더 덮고 습해서 여행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들에게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의 이미지보다는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한반도는 뚜렷한 4계절로 나뉘어지므로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이고, 3월부터 5월까지는 봄,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쓰고 있을 때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10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가는 때이니 가을이여야 맞습니다. 그런데 아침과 저녁으로는 쌀쌀한 게 가을이 온 듯한데 아직도 낮은 덥습니다. 조금 빨리 걸으면 땀이 납니다. 가을이 인간과 밀당을 하는 모양입니다.
특히 올해 추석(9월17일)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벼가 제대로 영글지 않아 햅쌀로 지은 밥을 차례상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추석날 당일 아버님이 계신 대전 현충원으로 성묘를 다녀왔는데 오전이었음에도 어찌나 더운지 커다란 양산을 가져와 그늘막을 만들어 놓고 성묘하시는 분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특히 아버님 묘에서 2km 떨어진 곳에 계신 외삼촌 묘역까지 걸어 갔다 왔더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속옷은 말할 것도 없고, 겉옷까지 다 젖어버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땀 냄새 날까 마음 졸여야 했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한 경험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오래 된 이야기인데 당시 손석희씨가 진행하던 MBC ”선택 토요일이 좋다”에서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를 맡아 파트너인 김혜영씨와 4월말에 1박2일로 소백산의 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촬영 갔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결국 눈 덮인 겨울 풍경을 5월에 방송한 적이 있어요. 이렇게 계절은 변화무쌍하지요.
그렇더라도 우리가 어릴 적부터 알고 있는 친숙한 가을을 찾습니다. 가을이 되면 하늘은 맑고 푸르르며 말이 살이 찐다고 하여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지요. 시원한 바람이 불고, 한들한들한 코스모스 꽃도 피며, 산에는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물든 단풍잎으로 뒤덮여야 제 맛이지요.
오늘 비가 엄청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비가 오고, 난 후 아침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제 정말로 가을이 오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다 바로 겨울이 들이닥칠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연지와 곤지 찍고 색동저고리 입고 화사한 모습을 한 가을이 우리 곁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가을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서둘러야 해. 이러다가 겨울이 새치기 하겠어.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 너와 오롯이 즐겁게 보내고 싶어. 독서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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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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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pecial Column] (11) 불만고객 시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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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저널 2024년 11월호]
[2024 Special Column] Chat GPT시대 휴먼 상담의 방향
(11) 불만고객 시프트
Chat GPT시대 컨택센터 Human상담사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고객응대근로자 보호법 시행 이후 막말하는 고객은 많이 줄어들었다. 심하게 욕하거나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고객은 드물어졌지만 요목조목 집요하게 따지는 고객은 점점 늘고 있다. 인격모독까지는 아니지만 집요하고 논리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친절한 사과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미안하다는 말은 됐다, 당신 잘못이 아닌거 안다, 이 불편을 어떻게 보상할지 그것만 알려달라” 라고 차분하고 냉랭하게 해명과 보상을 원한다. 게다가 한 고객이 한 사안으로 인터넷, 게시판, 채팅, 댓글 등 전화를 포함한 모든 채널을 이용해 동시에 불만을 개진한다. 각 채널 중에 하나만 삐끗해도 책 잡히게 되고 보상의 명분이 된다. 지독한 두통은 아니지만 일정한 강도로 계속 찌뿌둥하게 머물러 있는 미세한 두통 같다. 아주 심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절한 출구를 찾지도 못한 채 몇일씩 지지부진하다.
불만 고객의 문제는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 소라껍데기처럼 맴돌면서 증폭된다. 첫 콜에 바로 해결이 안되고 2~3번에 걸쳐 재차 확인을 해야 한다. 고객채널이 많아져서 자체 몰뿐만 아니라 각 판매 사이트 별 프로모션, 할인정책 등 확인할 게 많아졌고 관련자도 늘어났다. 생산업체, 물류업체 뿐만 아니라 배송기사와 배달장소 경비실까지 확인해야 할 때가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의 응대태도 보다 “절차의 불편함, 시간 지연, 약속 불이행,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함” 등의 이유로 고객불만은 소복이 쌓여간다. 갑자기 한 주먹으로 휘갈기는 폭력이 아니라 서서히 기운을 빼앗아가는 심리적 고문 같다.
이럴 때 휴먼상담사는 뒷목이 뻣뻣해지고 심장이 조여온다. 챗봇 만큼도 권한이 없는 상담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데 고객은 로봇만도 못하냐며 추궁한다. 늘 있어왔던 불만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반복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새로운 약속을 하기도 두렵다. 시지프스의 노동처럼 반복되는 고객불만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그날 그날 모면하기에 바쁘다. 양해를 구하지만 영혼이 없고 설득을 해보지만 의지력이 안 생긴다. 고된데다 헛되다고 느껴진다.
예전 불만응대의 핵심은 친절한 태도였다. 당황하거나 대들지 않고 친절하게 사과하고 지침대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 만으로는 안된다. 그러기엔 너무 복잡다단하고 너무 관련자의 변수가 많다. 고객불만은 지능을 갖고 처리하는 게 아니라 지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휴먼지능의 지성 말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에 곧바로 정확한 답을 내놓는 “지능”이 아니라 답이 없는 불만에 탐구하는 질문으로 최적안을 계속 탐색하는 “지성”이 필요하다. 문제를 단순화해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고 빠르게 결론지어서 얼른 매듭짓고 싶은 마음으로는 지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섣부르게 결론짓기를 멈추고 탐색하는 자제력, 판단의 저변에 깔린 냉소와 체념을 뛰어넘는 의지력, 답 없는 물음에 차분히 대처할 수 있는 주의력, 이런 것들의 총합이 지성이다. 바로 휴먼 상담사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자신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라 탐구하고 제안하고 돕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자기개념의 기반위에 피어난다. 자신을 지식을 전달하고 처리하는 사람으로 여기느냐, 지성을 갖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지성이 발현되기도 하고 사그라들기도 한다. 사과할지언정 제안하기는 어렵고, 안내할지언정 설득하기는 두렵다는 마음의 제약이 있으면 발휘될 수 없다.
이제 표준화된 지침을 안내하는 것은 챗봇도 한다. 사람은 좀더 심층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어디까지 고객의 마음을 공감하며 이해시켜야 하고, 어디서부터 제도 개선을 위해 회사에 요청해야 할지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규정은 이러합니다.”가 아니라 “고객님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게 이 점이시죠? 그렇기 때문에 감히 이 방법을 추천 드립니다. 이렇게 하시는 것이 고객님 편에서 가장 최선이실 거 같은데 저를 믿고 수락해주시면 어떨까요?”라고 리드해야 한다. 만성적인 문제여서 뻔한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의식적으로 주의력을 기울여야 한다.
“처음 본 뇌 삽니다”라는 밈(meme)이 있다.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때로 되돌아가서 다시금 그 행복을 느끼고 싶을 정도로 좋다는 찬사다. 좋은 경험도 반복되면 식상해진다. 고객불만도 여러 차례 반복되다 보니 타성에 젖어 선입관을 갖고 기계적으로 처리한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지레 포기한다. 휴먼 상담사에게 “처음 본 뇌”처럼 의식적 주의력과 의도적 탐구심이 필요하다. 고객불만 이슈는 계속 반복되어 왔어도 고객불만을 제기하는 지금 이 고객은 처음 겪는 일이다. 문제는 같아도 사람이 다르다. 우리에겐 101번째 처리하는 반복되는 문제일지라도 불만고객에겐 첫번째 겪는 심각한 문제이다.
불만 고객이 달라진 만큼 불만고객을 돕는 휴먼 상담사도 달라져야 한다. 신속 정확 친절한 정답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을 알아보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해답이 무얼까 찾아보는 상담으로 진화해야 한다. 같은 문제일지라도 사람이 달라지면 다른 최적의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지능을 넘어 지성으로 진화하는 일은 휴먼 상담사를 더 깊고 넓고 울림 있는 소통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이다.
< 글 >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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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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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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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5월 중앙행정기관 49곳, 지방자치단체 243곳, 시·도 교육청 17곳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상습적으로 민원을 넣는 ‘악성 민원인’이 전국에 2784명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민원으로 인해 출근하기가 무섭다고 말하거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생각보다 많았지만 악성민원인을 따로 정의하거나 악성민원 그 자체를 처벌하는 법은 따로 없습니다. 단지 악성민원인이 행한 일련의 행동들이 개별 범죄가 될 경우 해당 범죄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 폭행죄, 모욕죄, 명예훼손 등 형사법의 적용을 받아 범죄행위로 처벌을 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일 예로, 부산 북구의 경우 악성민원인이 행정 처리에 불만을 품고 “염산을 뿌리겠다” “죽이겠다”는 등 담당 공무원에게 협박을 일삼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을 했고, 법원으로부터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5월 발표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의 법적 근간이 되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7월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민원 전화 상시 녹음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기존에는 민원인의 폭언이 발생했거나 발생하려는 경우 민원인에게 사전 고지 후 녹음이 가능했으나 향후에는 예방·대응 조치 차원에서 상시 녹음이 가능해집니다. 민원 통화 종료 근거를 지침에서 법령으로 상향합니다. 통화 권장 시간을 설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전화·면담이 장시간 지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수 있게 됩니다.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의 폭언을 한 경우에 대한 전화 종료 근거도 포함했습니다. 행정기관장의 민원인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기관 직접 고발이 의무화되고, 피해 민원 처리 담당자가 고소를 희망하는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2018년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이번에 예고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해 다시는 서이초 사건처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18일 서이초 2년차 초임 교사가 꽃다운 나이에 학부모로부터의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었죠. 하지만 경찰에서는 범죄 협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7월18일 서이초 사건 1주기를 맞아 교사들과 교사 유가족들이 사건 당시 악성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폭우 속에서 ‘선생님을 기억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악성민원은 엄중 처벌하라’, ‘억울한 교사 죽음 부실수사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진실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남의 일같이 들리시죠? 그렇지 않습니다. 알아보면 가까운 친.인척의 가족이거나 친구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지금도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지인이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 우리 모두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못된 악성민원인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힘을 보태야 합니다.
특히 내가 종사하고 있는 컨택센터 산업에는 40만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감정노동자로 부르다가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제정될 때 ‘고객응대근로자’로 호칭을 바꿨지요. 산안법 개정 전만해도 컨택센터에는 아주 못된 민원인들이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일삼고 있어 이런 못된 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감정노동자보호법을 제정하고자 노력했지만 여야의 정쟁에 밀려 법으로 제정되지 못하고 매년 폐기되고 말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객응대근로자(감정노동자)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악성민원인은 엄청나게 줄었지만 아직도 뿌리째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근 3년간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그리고 많은 단체들이 함께 “감정노동자 또 다른 우리의 가족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국민계몽운동을 실시하면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도 “감정노동자를 괴롭히는 자들을 고객이라는 이름 하에 보호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주신 데 힘입어 고객과 범죄자인 악성민원인을 구분하고 직원들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고객응대근로자’를 포함한 누구라도 몸과 마음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악성민원인이 근절되는 2024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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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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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pecial Column] (8) 친절보다 친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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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저널 2024년 8월호]
[2024 Special Column] Chat GPT시대 휴먼 상담의 방향
(8) 친절보다 친밀감
Chat GPT시대 컨택센터 Human상담사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 친정엄마의 자동차를 인수해야 해서 자동차 보험회사 5군데에 전화를 했다. 명의 변경을 위한 대동소이한 통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회사마다 차이가 도드라졌다. 변경 절차 및 보험료 할인 등 기본사항만 안내하고 업무적으로 통화를 마무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나 싶을 정도로 친밀한 상담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었다. “어머님 차를 인수하시는군요.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우리 따님이 효녀시네요. 고객님께서 이 혜택을 꼭 보시면 좋겠어요” 등 사적인 대화를 하듯 친근했다. 대화 맥락에 맞는 적절한 위로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적절한 시점에 자기 회사의 차별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빨리 통화를 끝내고 싶어서 통화 중에는 상담사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오히려 여운이 남았다. 업무대화만 했던 상담사는 기억에서 다 지워졌는데 친밀감을 드러낸 상담사는 기억에 남고 마음이 끌렸다.
이것은 나만의 각별한 취향은 아닐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에서 발간하는 컨택저널에 게재된 ‘콜센터 디지털 채널 이용 실태조사’에서도 이를 시사하는 결과가 있다. 「공감」 만족도가 낮는 고객은 ‘상품 서비스 지속이용 의향이 있다’라는 질문에 5%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공감」에 불만족한 고객은 무려 95%가 이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공감」이 고객충성도의 핵심요소이다. 특히 디지털 채널과 달리 휴먼 채널에서 고객이 각별히 기대하는 것은 「인간적 공감」이다. ‘공감’에 대한 사전기대가 큰 만큼 살짝만 그 기대를 빗나가도 실망이 크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共感)」이란 무엇일까? 친절하게 호응하는 것일까?
이제 그 정도는 대부분의 회사가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 상담 매뉴얼에 공감 맞장구 표현이 수두룩하고 호응 표현을 몇 번 이상 하도록 필수 언급 횟수까지 정해 놓는다. 친절하지 않을 때는 친절함이 경쟁력이었지만 모두가 친절할 때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내가 5군데 보험사에서 경험한 작은 차이는 바로 “친밀감”이었다. 형식상 하는 공감이 아니라 진정하게 고객상황에 맞추어 고객을 주인공으로 대하고 고객에 관하여 대화를 하는 기술 말이다.
친밀감(Intimacy)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인 "내부의", "근처의", "가까운"이라는 "intimus"에서 파생되었다. “깊은 내부의 연결”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심리적 가까움”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어색한 거리감이 있을지라도 먼저 마음을 열고 가깝게 대하는 태도이자 예전부터 알던 지인처럼 진전된 관계를 설정하는 능력이다. 이는 상담사에게 큰 도전이다. 빨리 상담을 끝내야 하는 시간적 압박감을 무릅써야 하고 무덤덤한 고객 반응에 민망해하지 않아야 한다. 까칠하게 의심할지라도 영향 받지 않아야 하고 조급하게 불안해할지라도 노련하게 달래야 한다.
이것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만 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으로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똑똑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기술일지라도 고객의 변화무쌍한 상황과 미묘한 감정은 예측해내기 어렵다. 오직 인간만이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하여 고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사실 고객과 상담사는 같은 시간에 함께 대화를 나누지만 각자 서있는 생각의 페이지가 다르다. 동일한 영토에서 만나지만 각자의 정신지도는 다른 곳에 위치해있다. 책잡히지 않으려고 정해진 말만 하는 상담사와 속지 않으려고 의심하며 듣는 고객사이의 거리는 지리적 거리감을 뛰어넘는다. 상담사는 열심히 안내하고 고객은 귀 기울여 참고하지만 각자 먼 발치에서 자기 얘기를 할 뿐이다. 이제 휴먼 상담사는 끝까지 듣고 바르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고객의 생각 페이지로 이동하여 고객을 자신의 페이지로 데려와야 한다. 바로 섬세한 친밀감 말이다. 과도하면 부담스럽고 맥락에 안 맞으면 저의가 의심스러운 친밀감은 결코 단순한 스킬이 아니다. 아슬아슬 외줄타기처럼 균형이 필요하다. 고객이 갖고 있는 불신과 불안의 벽을 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선을 넘어서도 안된다. 매뉴얼에 얽매여서 영혼 없이 정보만 전달해서도 안되지만 맥락 없이 친한 척해도 안된다.
요즘 친밀감 품귀시대다. 코로나 이후 모임도 줄었고 심지어 가족 하고도 데면데면한다. 굳이 누군가와 친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안에 세상이 가득해서 혼자 놀기도 바쁘다. 친밀감을 개발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친밀감을 발휘할 순간도 많지 않다. 친밀감은 정보와 지식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고객이력 정보와 상담지식이 전산에 넘쳐 나도 친밀감을 부추기지는 못한다. 지식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식이 늘어나면 덜 지혜로워지기도 한다. 휴먼 상담사의 지식 못지 않게 지혜를 키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 글 >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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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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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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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秋史) 김정희 하면 그림 같은 멋진 글씨 추사체가 떠오른다. 즉 천자문을 만든 한석봉처럼 추사제를 만들어낸 서예가로 알고 있는 추사는 단순한 서예가가 아니었다. 추사는 증조부가 영조의 둘째 딸인 화순옹주와 결혼하여 월성위에 봉해졌으며, 영조가 증조부에게 하사한 월성위궁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지냈으며,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기백이 뛰어나서 일찍이 북학파의 1인자인 박제가의 눈에 띄어 어린 나이에 그의 제자가 되었다. 또한 24세 때는 중국으로 가는 외교사절이었던 부친을 따라 북경에 가서 중국인 거유(巨儒)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중국 제일의 금석학자 옹방강과 완원 이었다. 김정희는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교류하면서 당시 최고조에 이른 고증학의 진수를 공부하였고, 중국 제일의 금석학자(비석에 새겨진 金石學은 연구하는 자)였던 옹방강은 추사의 비범함에 놀라 “經術文章 海東第一”이라 찬탄을 받기도 했다. 결국 추사는 연경에서 이들을 만나 학문상의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고, 당시 대륙에서 질풍노도처럼 일고 있던 실학과도 접하게 되는 행운을 잡는다.
그리고 33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암행어사와 예조 참의를 지냈고, 50세에 병조참판과 성균관 대사성 등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추사는 그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안동 김씨의 모략에 죽음의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 우의정으로 있던 오랜 벗의 기치로 다행히 고문이나 사형을 당하지 않고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물론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인 제주로로 위리안치(가시나무로 집 주위를 둘러 집 밖으로 출입을 제한한 유배형벌) 되어 불행한 9년간의 유배 생활을 하게 되지만, 다행이도 그는 유배기간 내내 쉬지 않고 붓을 잡아 그리고 쓰는 일에 매진한 덕분에 최고의 걸작품인 ‘세한도’도 이 시기에 그려졌고, 흔히 추사체라 불리는 그의 독창적인 서체도 이때 완성된다.
‘세한도’는 제주에서 5년째 유배생활을 하던 59세의 추사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했던 작품으로 추사가 직접 쓴 제작 동기와 작품의 의미를 적은 발문이 적혀 있다. “세상은 흐르는 물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귀한 책들을 권세가에게 기증하지 않고 바다 바깥에 있는 초췌하고 초라한 나에게 보내 주었도다.”라고 쓰며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후 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공자의 말도 덧붙였다. 스승으로부터 세한도를 받은 제자 이상적은 역관으로 교류하고 있던 당시 청나라 최고의 문인 16명으로부터 글을 받아 세한도에 붙은 발문이 16m에 달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추사체는 한자를 통달하고, 상형문자를 꿰뚫은 그가 한자 한자 무한한 자유를 주되, 전체를 벗어나지 않고 강약의 힘을 보여준 글씨로, 규격화된 글씨만 고집하던 조선에 반향을 일으켰다. 게다가 글자 크기도 다르고, 구도 마저도 대담한데다 글씨를 그림처럼, 그림을 글씨처럼 표현한 추사체를 완성하느라 붓 1000자루가 닳았고, 벼루 10개가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선생이 170여년 전에 추사체로 쓴 계산무진(谿山無盡)이라는 글자에는 그 당시 세태를 꾸짖는 의미가 담겨있다. 직역하면 '계곡과 산은 다함이 없다' 즉, “계곡에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물이 흘러야 산이 허물어 지지 않고 오래 간다”는 의미이지만 이를 우리 인간사에 비유하면 산은 권력자이고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물이 흐르는 계곡은 민초, 백성에 비유가 된다. 즉, “백성이 잘 살아야 권력이 오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세도정치를 펼치던 안동 김씨의 모함을 받아 유배를 가야 했던 추사가 무능한 자들로 인해 오랜 세월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170여년전 당시 백성들을 생각하며 쓴 것인 듯하다.
180여년이 지났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땅히 뽑고 싶은 자가 없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차선책으로 선택된 자들이 지금 세상을 다 얻은 듯 기고만장하게 날뛰고 있다. 그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손에 의해서 선택이 되었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4년 기간제이며, 국민이 행복한 의정활동을 펼쳐야만 4년 후에도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각인 시켜 주는 의미에서 그들이 주로 머무는 국회의원 사무실에 추사 선생의 ‘谿山無盡’을 달아 그들이 잘못된 정치를 펼칠 때마다 추사선생의 불호령을 듣고 정신차려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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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