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4(금)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5월 중앙행정기관 49곳, 지방자치단체 243곳, 시·도 교육청 17곳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상습적으로 민원을 넣는 ‘악성 민원인’이 전국에 2784명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민원으로 인해 출근하기가 무섭다고 말하거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생각보다 많았지만 악성민원인을 따로 정의하거나 악성민원 그 자체를 처벌하는 법은 따로 없습니다. 단지 악성민원인이 행한 일련의 행동들이 개별 범죄가 될 경우 해당 범죄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 폭행죄, 모욕죄, 명예훼손 등 형사법의 적용을 받아 범죄행위로 처벌을 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일 예로, 부산 북구의 경우 악성민원인이 행정 처리에 불만을 품고 “염산을 뿌리겠다” “죽이겠다”는 등 담당 공무원에게 협박을 일삼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을 했고, 법원으로부터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5월 발표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의 법적 근간이 되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7월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민원 전화 상시 녹음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기존에는 민원인의 폭언이 발생했거나 발생하려는 경우 민원인에게 사전 고지 후 녹음이 가능했으나 향후에는 예방·대응 조치 차원에서 상시 녹음이 가능해집니다. 민원 통화 종료 근거를 지침에서 법령으로 상향합니다. 통화 권장 시간을 설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전화·면담이 장시간 지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수 있게 됩니다.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의 폭언을 한 경우에 대한 전화 종료 근거도 포함했습니다. 행정기관장의 민원인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기관 직접 고발이 의무화되고, 피해 민원 처리 담당자가 고소를 희망하는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2018년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이번에 예고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해 다시는 서이초 사건처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18일 서이초 2년차 초임 교사가 꽃다운 나이에 학부모로부터의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었죠. 하지만 경찰에서는 범죄 협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7월18일 서이초 사건 1주기를 맞아 교사들과 교사 유가족들이 사건 당시 악성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폭우 속에서 ‘선생님을 기억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악성민원은 엄중 처벌하라’, ‘억울한 교사 죽음 부실수사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진실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남의 일같이 들리시죠? 그렇지 않습니다. 알아보면 가까운 친.인척의 가족이거나 친구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지금도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지인이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 우리 모두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못된 악성민원인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힘을 보태야 합니다.

 

특히 내가 종사하고 있는 컨택센터 산업에는 40만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감정노동자로 부르다가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제정될 때 ‘고객응대근로자’로 호칭을 바꿨지요. 산안법 개정 전만해도 컨택센터에는 아주 못된 민원인들이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일삼고 있어 이런 못된 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감정노동자보호법을 제정하고자 노력했지만 여야의 정쟁에 밀려 법으로 제정되지 못하고 매년 폐기되고 말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객응대근로자(감정노동자)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악성민원인은 엄청나게 줄었지만 아직도 뿌리째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근 3년간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그리고 많은 단체들이 함께 “감정노동자 또 다른 우리의 가족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국민계몽운동을 실시하면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도 “감정노동자를 괴롭히는 자들을 고객이라는 이름 하에 보호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주신 데 힘입어 고객과 범죄자인 악성민원인을 구분하고 직원들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고객응대근로자’를 포함한 누구라도 몸과 마음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악성민원인이 근절되는 2024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총장님사진_수정1.jpg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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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LUMN]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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