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고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가 중단되고, 투표를 하지 못한 국민들이 다수 발생하고 야 말았다.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졌던 송파구 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했었다.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한 투표소가 140곳이었고 전국 91곳에서 용지가 모자랐으며, 그로 인해 26곳에서 투표가 멈췄다. 투표용지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야 만 것이다. 이 사태는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초유의 사태로 이번 기회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규명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해야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투표할 때와 개표할 때는 방송사 카메라도 있고, 각 당에서 참관인들이 철저히 감시를 하고 있어 불법을 자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종 투표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할 때는 감시하는 참관인이 없어 선관위 직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아무런 검증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당선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경기도교육감과 전북도교육감 선거에서 잘못 입력된 개표 결과가 그대로 발표되기도 했다. 분명 국정조사를 하고 나면 더 많은 곳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견될 확률이 무지 높다. 이번 사태로 부실한 검증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즉, 한국의 선거시스템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인 것이 분명하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다른 해에도 같은 문제가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KBS가 지난 2010년부터 16년간 지방선거 투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었다. 선거 당일 유권자는 단체장과 교육감 투표용지를 한 번에 받아 투표를 하게 되어 있어, 단체장과 교육감 투표수가 똑같게 나와야 하는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구로구 개봉제2동에서는 교육감 투표수는 9,887표인데, 시장 투표수는 10,384표로 497표나 차이가 났다. 이처럼 4번의 선거동안 전국 읍면동에서 100표가 넘는 표 차이가 난 곳만 모두 7군데였다고 한다. 이처럼 투.개표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투표 결과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불법을 자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입력 실수라고 항변하겠지만.
이런 사태는 선거뿐 만 아니라 권력과 돈이 관련된 곳에서는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일하고 있는 컨택센터산업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한다. 공공기관이 컨택센터를 운영해줄 아웃소싱 기업을 선정할 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한다. 그런데 기관들이 심사위원들을 사전에 위촉했더니 약삭빠른 입찰기업이 기관으로부터 심사위원 명단을 받아 사전 로비를 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정한 기관들은 사전에 심사위원 수의 몇 배를 선정해놓고 심사 당일 아침에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있어 누가 심사위원이 될 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로비가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심사 당일 심사가 끝나면 심사위원마다 본인이 심사한 기준표에 점수를 집계한 후 사인을 해서 담담자에게 넘긴다. 그러면 담당자는 모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집계한 후 최종적으로 모든 심사위원들의 사인을 한번 더 받게 된다. 모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니 조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은 어떤 기관의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나 포함 5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했는데 심사가 조금 지연되어 끝나는 시점이 점심시간과 겹치게 되었다. 기관 담당자가 식당 예약 시간이 넘었으니 나머지는 본인들이 집계할 테니 점심식사 하러 가시라고 권했다. 그래도 최종 집계표를 확인하고 사인을 했어야 했는데 별문제 없겠지 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다른 공공기관 심사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위원장님 이렇게 물어보면 안되는데 혹시 어떤 기업에 더 높은 점수를 주셨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왜 그러냐 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 날 A기업이 월등해서 그 기업에게 최고 점수를 줬는데 다른 기업이 선정되었다며,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A기업에 더 놓은 점수를 주었다”고 했더니 그는 다른 심사위원들에게도 확인했는데 5명중 네 분이 A기업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이 되었는데 B기업이 선정된 것은 입찰을 주관했던 실무자가 장난을 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경우에도 실무자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분명 투표에서도 사전투표를 포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철저히 밝혀 국민의 한 표가 당당하게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