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에 이런 글이 있다고 한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나오고,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라며 세치 혀를 함부로 놀리지 말고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또한 故 법정스님이 쓰신 ‘세치의 혓바닥’이라는 글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된다 들은 것을 들었다고 다 말해 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궁지에 빠지게 한다.”
매번 선거철마다 불거지는 말실수로 인해 지위를 잃거나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특히, 부주의하게 내뱉은 말이 한 인물을 관직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말 실수를 해서 공천에서 탈락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도나보다.
“이번 총선은 말조심하는 쪽이 이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을 하다 뱉은 말이 화근이 되어 사퇴를 했다. 쓸데없이 1980년대 사건을 언급해 그 좋은 자리에서 쫓겨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는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장예찬과 도태우 후보 공천이 취소되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봉주후보가 지난 2015년 ‘목발 경품’ 발언과 이후 불거진 ‘거짓 사과’로 논란을 빚어 공천이 취소되었고, 공천을 받았던 양문석 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과거 막말이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주장한 칼럼만이 아니라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당내 반대파를 향해 ‘수박’ ‘쓰레기’ ‘바퀴벌레’ ‘똥파리’ 등 표현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을 들어 보면 그들의 의식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제발 꼭 할 말만 하고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기를 권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큰 걱정은 당 대표의 입이다. 수도권과 같이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격전지에서 ‘설마 2찍(여당 지지자 비하표현)인가’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에서 표심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前 혁신위원장이 20·30대 좌담회에서 과거 중학생 시절의 자기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둘째 아들이 22살인데 중학생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 아들의 생각이 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키고 개망신을 당하고 물러나야 했다. 이처럼 말실수는 그 동안 어렵게 쌓아온 그들의 평판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다.
3월28일부터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자신과 자신의 공약을 알리기 보다는 상대방 후보를 헐뜯는 말을 더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公約은 空約”이라고 그들이 선거 기간에 약속한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보고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일지라도 일단 폭로하여 상대방 후보 흠집 내고 봐야 승산이 있다고 믿는 것도 문제다.
이기주 작가는 ‘언어의 온도’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 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라고 썼다. 이번 총선부터 라도 정정당당하게 정책대결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국민들도 충분 히 어느 후보가 진정으로 지역과 나라를 위한 일꾼인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 부디 한번의 말실수로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국회의원 뱃지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든 국민들이 한 표를 행사해서 나라를 위한 일꾼들을 뽑는 선거가 되기를 바래 본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