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16(화)
 

추사(秋史) 김정희 하면 그림 같은 멋진 글씨 추사체가 떠오른다. 즉 천자문을 만든 한석봉처럼 추사제를 만들어낸 서예가로 알고 있는 추사는 단순한 서예가가 아니었다. 추사는 증조부가 영조의 둘째 딸인 화순옹주와 결혼하여 월성위에 봉해졌으며, 영조가 증조부에게 하사한 월성위궁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지냈으며,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기백이 뛰어나서 일찍이 북학파의 1인자인 박제가의 눈에 띄어 어린 나이에 그의 제자가 되었다. 또한 24세 때는 중국으로 가는 외교사절이었던 부친을 따라 북경에 가서  중국인 거유(巨儒)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중국 제일의 금석학자 옹방강과 완원 이었다. 김정희는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교류하면서 당시 최고조에 이른 고증학의 진수를 공부하였고, 중국 제일의 금석학자(비석에 새겨진 金石學은 연구하는 자)였던 옹방강은 추사의 비범함에 놀라 “經術文章 海東第一”이라 찬탄을 받기도 했다. 결국 추사는 연경에서 이들을 만나 학문상의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고, 당시 대륙에서 질풍노도처럼 일고 있던 실학과도 접하게 되는 행운을 잡는다.

 

그리고 33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암행어사와 예조 참의를 지냈고, 50세에 병조참판과 성균관 대사성 등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추사는 그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안동 김씨의 모략에 죽음의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 우의정으로 있던 오랜 벗의 기치로 다행히 고문이나 사형을 당하지 않고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물론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인 제주로로 위리안치(가시나무로 집 주위를 둘러 집 밖으로 출입을 제한한 유배형벌) 되어 불행한 9년간의 유배 생활을 하게 되지만, 다행이도 그는 유배기간 내내 쉬지 않고 붓을 잡아 그리고 쓰는 일에 매진한 덕분에 최고의 걸작품인 ‘세한도’도 이 시기에 그려졌고, 흔히 추사체라 불리는 그의 독창적인 서체도 이때 완성된다.

 

‘세한도’는 제주에서 5년째 유배생활을 하던 59세의 추사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했던 작품으로 추사가 직접 쓴 제작 동기와 작품의 의미를 적은 발문이 적혀 있다. “세상은 흐르는 물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귀한 책들을 권세가에게 기증하지 않고 바다 바깥에 있는 초췌하고 초라한 나에게 보내 주었도다.”라고 쓰며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후 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공자의 말도 덧붙였다. 스승으로부터 세한도를 받은 제자 이상적은 역관으로 교류하고 있던 당시 청나라 최고의 문인 16명으로부터 글을 받아 세한도에 붙은 발문이 16m에 달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추사체는 한자를 통달하고, 상형문자를 꿰뚫은 그가 한자 한자 무한한 자유를 주되, 전체를 벗어나지 않고 강약의 힘을 보여준 글씨로, 규격화된 글씨만 고집하던 조선에 반향을 일으켰다. 게다가 글자 크기도 다르고, 구도 마저도 대담한데다 글씨를 그림처럼, 그림을 글씨처럼 표현한 추사체를 완성하느라 붓 1000자루가 닳았고, 벼루 10개가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선생이 170여년 전에 추사체로 쓴 계산무진(谿山無盡)이라는 글자에는 그 당시 세태를 꾸짖는 의미가 담겨있다. 직역하면 '계곡과 산은 다함이 없다' 즉, “계곡에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물이 흘러야 산이 허물어 지지 않고 오래 간다”는 의미이지만 이를 우리 인간사에 비유하면 산은 권력자이고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물이 흐르는 계곡은 민초, 백성에 비유가 된다. 즉, “백성이 잘 살아야 권력이 오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세도정치를 펼치던 안동 김씨의 모함을 받아 유배를 가야 했던 추사가 무능한 자들로 인해 오랜 세월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170여년전 당시 백성들을 생각하며 쓴 것인 듯하다.

 

180여년이 지났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땅히 뽑고 싶은 자가 없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차선책으로 선택된 자들이 지금 세상을 다 얻은 듯 기고만장하게 날뛰고 있다. 그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손에 의해서 선택이 되었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4년 기간제이며, 국민이 행복한 의정활동을 펼쳐야만 4년 후에도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각인 시켜 주는 의미에서 그들이 주로 머무는 국회의원 사무실에 추사 선생의 ‘谿山無盡’을 달아 그들이 잘못된 정치를 펼칠 때마다 추사선생의 불호령을 듣고 정신차려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총장님사진_수정1.jpg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EDITOR'S COLUMN]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